오늘 할 일: 끝내주게 숨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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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팟캐스트 여둘톡의 애청자다. 지난 여름에 여둘톡에서 경주 여행을 소개한 후로 작가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지난 주말,, 3개월간 묵혀온 소망을 실천했다!

코레일 파업이 겹쳐지는 바람에 여행 자체를 취소하는 것까지 생각했는데, 숙소 체크인 전날이라고 환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길래 일정을 유지하기로 정했다. 급하게 오후반차를 신청하고 버스를 타고 경주에 내려갔고, 이튿날 계획했던 여둘톡에서 소개한 전시회와 식당에 방문했다.

 

 

[Hullo, AGAIN 로즈 와일리 전시]

 

Hullo는 헬로의 영국식 표현이라고 한다. 이전에 서울, 부산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경주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Hullo, AGAIN이라고 하는 제목이 붙었다고 한다. 

 

 

도슨트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정원을 둘러보았다. 저 파인애플 작품은 10억짜리라고 지나가시던 관객분께서 알려주셨다. 가치를 알고 보니 로즈 와일리의 위상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도슨트는 오전 11시 30분,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된다. 전시회 입구에서 시작하며 약 30분정도 설명해주셨다.)

[추가] 전시가 10월 3일까지라고 진행된다고 써있는데, 12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전시는 플레이스씨라고 하는 경주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관뿐만 아니라 카페, 한식당도 함께 있다.

 

병아리 조각 / 새는 정원 옆에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코멘트에 따라 정원을 바라보게 된 새 조각

 

로즈 와일리는 그림을 좋아하여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한 후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을 놓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모두 키운 후인 40대 후반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70대에 <가디언>지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늦게라도 다시 시작한 점, 시작이 늦었지만 끈기있게 이어나간 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늦은 나이'임에도) 좋아하는 일로 유명해진 점 모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예술인들은 비록 늦더라도 그 재능을 인정받는 편인 것 같은데,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늦게 시작한 사람들 &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인정 받는 분위기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영화를 좋아하여 영화를 감상한 후 느낀 바를 그려내기도 했다. 위 회화는 영화 줄리에타를 보고 거기에 등장하는 사슴과 기차에서 사슴을 보고 놀란 사람들, 그리고 기차 내 사람들이 영화 후반에서 만나게 되는 점에서 둘을 이어주는 큐피드를 그린 그림이다. 사슴이 바들바들 떨고 있어서 안타까우면서도, 가운데 큐피드가 귀여워서 눈길을 끌었다. 하나의 그림에서 하나의 감정만을 표현하지 않아 복합적인 감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작가님은 영국 축구팀인 토트넘 팬이셔서 축구, 선수들 그림도 여러개 그렸다. 위 그림의 대포는 아스널을, 수탉은 토트을 상징한다고 한다. 대포와 수탉의 상징에 대한 도슨트 설명을 듣고 나니 더 흥미롭게 보였다. 작가님은 손흥민 선수도 그렸는데, 70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고 한다. 난 500원이 모자라서 안사는 거로^^. 

 

Legs from heaven

 

도슨트에서 작가가 많이 표현하는 3가지로 고양이, 패션, 사람의 다리를 꼽았는데, 바로 이 작품에서도 사람의 다리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거나, 아예 의미가 없는 두 개의 그림을 합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작품도 영화에서 감상한 후 흥미를 느꼈던 부분을 혼합하여 콜라주한 것이다. 

작품의 설명을 보고 나니 창조란 無에서 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여러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주창한 스티브 잡스가 생각났다. 뭔가 대단한 영감을 받은 사람들만이 창조를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연결하면 저렇게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회사에서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해서 산출물을 작성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알고보니 나도 예술가😁)

 

새초롬한 여자아이와 미니미 파인애플
시저걸 시리즈

 

티켓 이미지로도 활용된 시저걸 그림과 조각들도 흥미로웠다. 첫인상은 단순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보였는데, 도슨트 해석을 듣고 나니 무언가를 피해 바쁘게 뛰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여러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가의 큰그림이란 이런 것이다하고 한 수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플레이스씨 카페] 티세트의 케이크가 깜찍합니다

 

 

다양한 감상을 풍부하게 할 수 있었던 로즈 와일리의 작품들을 모두 감상한 후, 바로 위 2층에 위치한 카페에 방문했다.

 

로즈 와일리 티세트

 

전시 후 방문한 카페에서는 로즈 와일리 세트(케이크+홍차)를 1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시회 티켓을 보여주면 10% 할인도 해준다! 케이크가 너무 귀엽고 안에 커스터드 크림도 진짜 많이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초록색 음료는 청포도 에이드이고, 로즈 와일리 세트와는 별개다!)

 

카페 내부

 

 

[놋전국수] 회국수 강추

 

이어서 작가님들이 추천하셨던 식당, 놋전국수에 방문했다. 플레이스씨에서 약 10분정도 걸어서 찾아갈 수 있었다.

https://naver.me/xw6movNW

 

놋전국수 : 네이버

방문자리뷰 537 · 블로그리뷰 557

m.place.naver.com

 

정말 종류별로 시켜보고 싶었는데.. 바로 전에 카페에 갔었기 때문에 욕심을 누르고 묵채, 회국수, 빈대떡을 주문했다. 가격도 저렴해서 서울로 데려오고 싶은 심정.. 그렇지만 서울에 오면 저 가격에 이삼천원은 더해야되겠지🥲

 

묵채, 회국수, 빈대떡..🤤

 

묵채는 아쉽게도.. 우리가 생각했던 냉묵채가 아니라 온묵채였다. 묵채는 차갑게 먹어야 쫀득한뎁..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묵채라 맛있게 먹었다. 회국수도 양이 진짜 많고 신선했다. 빈대떡도 고소하고 바삭해서 모든 메뉴가 성공적인 주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가님들의 픽은 믿고 방문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