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갈고 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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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색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 <생의 찬미>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으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대공원역에서 내려 갈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대공원역에서 내리면 과천관이 짜잔하고 나오는게 아니라는 점.. 대공원역 2번 출구에 도착해 직사광선을 받아들이며 약 20분을 걸어야 과천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습하고 더운 여름에 걸었다가 집으로 돌아갈 뻔).

걷지 않는 방법으로는 1. 셔틀버스 이용하기 2. 스카이리프트 이용하기가 있어요. 스카이리프트가 금액이 쎄길래.. 과천관에 갈 때는 걸어서, 올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했습니다.


# 셔틀버스 시간표(서울대공원역 <-> 과천관 앞 삼거리)

셔틀버스 시간표, 산책할 게 아니라면 반드시 이용합시다.
대공원 종합안내도. 이때는 몰랐다. 미술관이 개개개멀다는것을..
저멀리 보이는 과천관의 모습.. 🤪
기간
2022-06-01 ~ 2022-09-25

장소
과천 1층, 1, 2전시실. 중앙홀

관람료
2,000원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는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각 역할별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80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전시에는 제15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강요배, 박대성, 박생광, 신상호, 안상수, 오윤, 이종상, 한애규, 황창배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60여 명이 참여한다. 송규태, 오순경, 문선영, 이영실 등 현대 창작민화 작가 10여 명도 함께 참여한다. 그중 3인 작가의 커미션 신작을 포함하여 13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출처: MMCA
과천관 정문


MMCA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고 발권 후 입장하면 정면에서 맞게 찾아왔다고 알려주는 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벽의 뒤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어요.


사방에서 틀어주는 영상 작품 <승화>는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는데요, 머리에 모란과 복숭아를 얹은 처용이 춤을 통해 역신, 인간의 원죄와 폭력성을 정화하려는 기원을 보여줍니다. 처음에 영상이 12분이나 된다길래 길게 보지 않고 나오려고 했는데요 영상과 음악들이 생각보다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어서 끝까지 보고 나왔습니다(개인에 따라 사방에서 틀어주는 영상이 오히려 집중를 분산시킨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팝송은 잔잔하면서도 분위기를 고조시켜주기 때문에 끝까지 보고 나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벽사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을 입구의 장승, 붉은 글씨의 부적, 용과 호랑이, 개와 닭, 사신도 등이 대표적인 벽사의 이미지입니다. 위에서 본 처용도 가장 한국적인 벽사 이미지이구요. 이 전시는 첫 섹션으로 사악한 기운은 쫓아내고 좋은 기운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벽사를 담은 도상(圖像, Icon)과 함께 시작합니다.

호랑이가 그려진 작품 <수기맹호도>는 대형 옻칠 화면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저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요. 작품이 크기도 한데, 섬세합니다. 털 한올한올이 진짜 동물처럼 느껴지니 주의 깊게 감상하길 바랍니다.




두번째 섹션은 벽사를 통과한 후 들어선 이상적인 정원의 이미지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상서로운 동물들이 있는 이상향을 묘사한 작품들을 회화와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눈이 갔던 건 위의 <용오름>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생의 시간순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단군신화와 어린왕자, 서당도 등 동서양의 옛 그림들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중앙홀을 지난 다음 섹션은 정원을 지나 들어간 어느 서가에서 만난 책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섹션에서는 시대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한 단어로 제작한 문자도, 길상의 의미를 담은 기물들과 학문의 숭상을 상징하는 서적들을 보여주는 책가도, 사회와 개인의 역사를 담은 기록화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건 섹션 입구에 전시된 <날아오르다: RISE UP> 이라는 문자도였어요.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전통적인 부적 느낌을 주면서 희망의 메세지를 담아서 왠지 갖고 다니면 힘이 날 것 같습니다(갖고 다닐 수 없는 크기지만요). 또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이 정말 대단한데, 이건 직접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암튼 대단함..


이숙자, &lt;백두성산&gt;


마지막 섹션은 서가를 나와 정원에서 다시 맞이한 자연을 그린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형 채색산수화들을 보며 대자연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들이 전부 큼직해서 멀리서 한번, 가까이서 자세히 한번 더 보면 더 재밌더라구요.


3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MD샵.. 그냥 그렇다..
이우환, &lt;사방에서&gt;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대체로 실패하지 않는 것 같네요. 역시 국립이어서 그런가.. 9월 말까지 진행하니 한번쯤 관람해보길 추천합니다(걸어가지는 말고요.. 너무 더움..) 채색화 특별전이니 시대별로 채색화의 변화를 살펴봐도 재밌을 것 같고요, 주제가 생의 찬미이니 길상(吉祥, 운수가 좋을 조짐)을 담은 회화, 영상, 조각,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로부터 길상의 기운을 받아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