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끝내주게 숨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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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리카겔인가(소제목의 비장함에 비해 내용없음 주의)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취미 중 가장 흔한 것을 꼽으라면 음악 감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튜브, 멜론,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접근성이 좋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폰만 있으면 되고. 나또한 출퇴근길에서 무료함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고 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음악 감상을 취미로 갖고 있다.

올해 알게 된 가수 중 가장 인상적인 가수는 단연 실리카겔이다. 우연히 추천을 받아 NO PAIN 을 들었는데 시작할 때부터 몰아치는 밴드 사운드가 먼저 집중도를 높이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이어서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라는 가사도 따뜻함이 느껴져 굉장히 맘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한 곡을 발견하면 그 음악가의 다른 곡들도 당연히 들어봐야 하는 법. Desert Eagle, Realize, Mercurial, NEO SOUL 등 전곡재생을 하고나니 이 사람들 공연은 꼭 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음악 지식이 부족하여 어떤 악기가 어떻더라 하는 분석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아무튼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소리가 다채롭고 전개 형식도 신선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진입장벽이라면 다소 난해하며 가끔 잘 들리지 않는 가사들 정도..(저만 그럴 수 있습니다)



티켓 예매를 위한 대여정



단독 콘서트를 한다고 발표난 시기가 10월 초였고 티켓팅은 10월 12일이었다. 당시 집에 있지 않아서 밖에서 오직 핸드폰만 사용해 티켓팅을 시도했고, 티켓 오픈을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빠르게 실패를 목도했다. 3일이나 공연을 하는데 내 자리가 하나도 없다니.. 아예 포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인터파크 티켓의 예매 대기라고 하는 시스템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예매 대기란, 희망 좌석을 선택하면 해당 좌석이 취소되었을 때 먼저 예매할 기회를 주는 서비스이다. 최대 5자리까지 대기를 신청할 수 있으며 비용은 1,000원이다. 예매 대기를 취소하면 비용은 환불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내가 신청한 좌석이 취소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5자리를 랜덤하게 신청해보았다. 자고로 콘서트는 스탠딩이 진리이기 때문에 2층 지정좌석은 고려하지 않고 모두 스탠딩으로 대기를 걸었다.

그리고 며칠 후, 대기를 걸었던 좌석 중 하나가 취소되며 나에게도 콘서트를 갈 기회가 주어졌다.🥹 문자를 받자마자 예매 고고..! 안내 문자를 받은 후 6시간 이내에 예매하지 않으면 다음 대기자에게 기회가 가기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저 문자를 받은 후 착하게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여러번 했던 것 같다.



공연 기본정보



[공연장소]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공연일시]
11월 10일(금) 오후 8시
11월 11일(토) 오후 6시
11월 12일(일) 오후 5시

[티켓가격]
스탠딩석 : 110,000원
지정석 : 110,000원


그렇게 가까스로 티켓을 예매하고 티켓을 받은 후 한달여의 시간이 흘러 콘서트 당일이 되었다. 안내사항에 7시부터 스탠딩 입장이라고 써있어서 퇴근 후 서둘러서 공연장에 도착하였으나, 7시부터 스탠딩 입장 준비를 했던 것 같다. 400번대까지 먼저 줄을 선 후 입장하였고 500번대인 나는 7시 30분이 조금 안되어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오른쪽은 입장 시 나눠준 열쇠 MD..



혹시 제가 현대예술을 보고 있나요..



공연은 8시 정각은 아니고 5분 쯤에 시작한 것 같다. 앵콜을 제외하고 사진, 영상, 녹음 모두 금지한다고 하여 남의 카메라를 볼 일 없이 클린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스탠딩이기 때문에 시야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앞 사람들이 핸드폰을 드는 순간 더욱 시야가 방해되는데, 금지여서 너무 다행이었다.

공연은 곧 발매될 2집 앨범의 트랙 리스트대로 진행이 되었다. 절반 이상이 처음 듣는 곡이어서 낯설었지만 발매 전 가장 먼저 듣는다는 일종의 만족감 내지 뿌듯함이 들었다. 최초 공개인 곡들이 많아서 전부 기억하지 못했고, 나중에 다시 들어도 처음 듣는 것 같은 곡도 있겠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2집 트랙리스트와 콘서트 소개



트랙 리스트는 이미 발매된 곡들도 포함하고 있었다. NO PAIN, Tik Tak Tok 등 아는 곡들이 나올 때는 다같이 따라부르고 호응하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NO PAIN은 시작할 때 다들 따라 불러서, 보컬인 멤버가 자신이 부르지 않고 한동안 관객들이 부르는 걸 들었는데 그게 왠지 감동적이었다. 라이브 공연을 보러올 때마다 라이브를 보러 와야만 하는 이유가 쌓이는 것 같다.

곡마다 분위기에 따라 조명 각도와 색깔이 바뀌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었다. 전광판에 나타난 독특한 이미지와 문자들은 공연장을 좀 더 극적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실리카겔 특유의 네오함이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잘 드러나 다른 게 아니라 이것이 현대예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B구역 정면에 갓한주


본 공연은 8-90분 가량 진행되었고 이후 앵콜은 기타가 장관인 Desert Eagle로 시작하였다.(역시!!) 보통 앵콜하면 한두곡 하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거의 20분 정도 진행하며 끝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아주 만족했다. 앵콜 때는 사진, 영상 촬영이 가능했기 때문에 역시나 예상대로 시야가 방해되었지만 본 공연 때 충분히 누렸고 나도 찍을 것이기 때문에ㅎㅎ 그런 상황 또한 즐길 수 있었다.

자신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들을 꽉꽉 눌러담아 쉴 새 없이 진행된 공연이었다. 더 일찍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러 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일었지만 이제라도 들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2집이 발매되면 이 날을 추억하며 한동안 전곡재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콘서트도 꼭 가야지.. 그때는 티켓팅부터 삐걱대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공연 이후



계단을 통해 공연장 밖으로 이동하던 중 한 관객이 벽에 있는 큐알코드를 찍는 것을 보았다. 그냥 블루스퀘어(공연장) 안내사항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혹시 어떤 숨겨진 무언가(?)일 수도 있으니 나도 찍어보았음. 확인해보니 구글 드라이브에 공연 전 찍은 사진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공유된 사진들과 내가 찍은 영상들을 다시 보며 추억팔이를 하던 와중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로 귀갓길까지 걱정해주는 다정함..🥹 영상은 본 공연 이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나왔던 곡이었다. 공연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꽉 채워져 완벽했던 공연. 다음 공연도 반드시 참석할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