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끝내주게 숨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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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신청 / 준비하기

 

 5월에 5km 마라톤을 처음 도전한 후로 올해 중에 한두번 정도 더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km로 말이다. 10km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고. 정신을 차려보니 10km 마라톤을 신청한 뒤였다. 보험도 같이 해주니 기댈 구석이 생겨 안심도 됐다.


 런데이에서 진행하는 '롱기스트런' 이벤트에 참여하면 선착순 무료로 10km 파이널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들었다. 무료라는 것에 순간 혹해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롱기스트런' 이벤트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15분씩 5회 달리기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9월 초에 신청했는데 당시 달리기를 오래 하지 않은 상태였어서 그냥 산책 겸 걸었다.. ㅎㅎ

 

 


파이널런을 신청하고나니 조금 위기감을 느껴 다시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런데이의 30분 달리기 도전을 이어서 하다가, 최소 한시간 뛰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으로는 오래 달리기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0분 달리기 도전을 뒤로 하고 50분 달리기 도전으로 변경하고 연습했다. 

초반엔 역시 달리러 나가기부터 힘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졌고, 달릴 때는 힘들다 집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프로그램이 끝나면 의외로 회복이 빨라서 더 빨리 뛸 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며,, 50분 달리기 프로그램을 다 순서대로 끝내지 못했지만 실전과 유사하게 오래 뛰어봐야할 것 같아 냅다 마지막 코스로 운동했다. 옛날에는 50분 어떻게 뛰어.. 난 못해.. 했다가 연습을 거쳐 50분 달리기까지 수행하다니..! 사실 초반에는 지루했지만 중간중간마다 몇 분 지났다는 런데이 트레이너의 안내 음성에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우니 조금만 더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사전 기념품!


 
 

현대 롱기스트런

 
https://youtu.be/chpJnQ_sA6E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던 행사였다. 매년 도장깨기해도 재밌을 것 같다. 단점은 집결 일자가 6시 반..? 신청할 때 소요시간을 물어보길래 70분으로 등록해서 난 D그룹으로 배정되었는데, 그룹마다 뛰게 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걸리는 사람들을 나중에 뛰게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난 6시 반까지 굳이 맞춰 도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옷이야 집에서 입고 갈 것이고 물품 보관할 것도 없고, 워밍업은.. 대충하자는 생각으로 출발 시간인 7시 반 이전에만 도착하자고 생각했다ㅎㅎ.. 아무튼 너무 집결 시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점..!


 

2023 현대 롱기스트런 행사 구성

 

 

10km 마라톤 직접 달려본 후기

 

 

7시 20분쯤 행사장에 도착하여 가볍게 둘러봤다. 넓은 여의도 공원에 이런저런 행사 부스도 있고 사람도 정말 많았다. 사실 행사 부스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비가 문제였다. 이전 5km도 우중 마라톤이었는데 설마 이번에도..? 하늘을 보니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맞다. 불안감을 갖고 일단 출발선으로 고고..

 

 

출발선에서 A~D 그룹까지 순서대로 준비를 했고, 역시 A그룹부터 먼저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속한 D그룹은 A 그룹이 출발한지 5~10분 후 출발했다. 신발에 묶어 둔 기록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출발선을 잘 밟으라는 안내에 따라 출발선을 두 번은 밟고 지나갔다 ㅎㅎ 

 

상세 러닝 코스

 

코스는 여의도 공원에서 출발하여 여의도의 바깥 코스를 돌아 서강대교를 건너고 되돌아오는 방식이었다. 거의 평지일거라 기대했는데, 출발, 종료 지점 즈음에 오르막길이 짧게 있었다. 서강대교 반환점도 약간 오르막길이었다. 오르막길에서 걷는 참여자도 꽤 있었지만 나는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평지보다는 느리지만 뛰는 것을 유지했다.. 비는 이전 마라톤 때보다 많이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떨어졌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런데이 어플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거리 달리기 도전'이 있었다. 위치 기록을 통해 일정 거리를 뛰었는지 측정하고 완주하면 자동으로 종료되는 프로그램이었다. 1, 5, 10km 등 일정 거리별로 달리기 도전을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뛰기 전에 10km 프로그램을 켜두어 놓았다. D 그룹 시작과 함께 운동 시작 버튼을 눌렀고, 런데이 트레이너 안내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 1km마다 현재 페이스와 전체 소요시간을 알려주어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되었다. 

 

 

뛰는 동안 사진은 없다.. 시작 이후로 약 40분 정도 내내 비가 왔고 핸드폰 꺼내기도 번거롭고..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은 찍지 않았다. 다음에 나가게 되면 조금 여유를 느끼며 사진도 찍어볼까 싶다ㅎㅎ.. 

아무튼 70분을 목표로 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르게 1시간 47초에 완주 완료했다! 👏👏 마라톤을 마친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핸드폰 메세지로 완주 기록증을 받았다. 런데이 어플과는 30초 정도 차이가 있지만 기존에 생각했던 70분보다 이르게 도착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한다. 마라톤 종료 후 필수 코스인 기록 인증샷 찍기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택해서 빠르게 완료했다. 뿌듯해..😁😁

 

다 뛰고나니 비도 그치고 하늘도 맑았음.. 조금만 늦게 시작하지 그랬어요 ㅋㅋ
완주 후 받은 간식과 메달

 

친환경을 테마로 하는 마라톤 행사여서 그런지 친환경을 내세운 브랜드들의 부스도 여러 곳 있었다. 브랜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면 제품을 나눠주는 곳도 있었고, 내가 갔을 땐 매진이어서 받지 못했지만 식물을 나눠주는 곳도 있었다. 구경할 곳들이 적지 않게 있었지만 완주하고 나니 집에나 가고싶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여 행사장을 빠르게 떠났다 ㅎㅎ..

 

달리기는 지루하고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생 때였나 오래 달리기를 꼴등으로 들어온 적이 있을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서 달리기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졌고, 오해를 갖고 있던 달리기에 정면 승부하며 매력을 알아가는 중이다.

 

다른 운동보다 쉽고 빠르게 성취감이 든다는 점이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1년 이상하고 있는 풋살과 헬스와 비교해보자면, 풋살은 여러 사람과 협동해야하고 볼 다루는 것도 익숙해지는 데에 오랜 시간이 든다. 헬스는 (모든 운동이 그렇긴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했다가 크게 다칠 수 있고 자극점을 찾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다소 있는 것 같다. 달리기는 혼자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발바닥이 어디부터 닿아야하고 상체를 어떻게 해야하고 코어 잡고 호흡도 신경쓰고 어쩌고 하는 것들이 물론 있긴 하지만, 달릴 수 있는 장소만 있다면 시작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3분 뛰기도 버겁지만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려가며 수행하다보면 어느새 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거리를 뛰고 있을 것이다. 해냈다는 만족감을 가성비 좋게 얻을 수 있고 이는 달리기를 넘어 일상에서 자신감을 얻게 해주었다. 나의 경우 우중 마라톤을 한 후로 좀 버거운 상황이 닥치면 '빗속에서 마라톤도 했는데 이정도는.. (아마) 극복할 수 있겠지'라며 자기암시 내지 세뇌를 했고 여전히 효과를 보고 있다.(첫 마라톤이 너무 강력했음🤣) 런데이 프로그램에서 훈련 중간중간에 트레이너가 말해주는 잘하고 있다, 이 성취감을 기억해라, 평생 가는 친구는 달리기뿐이다(?) 와 같은 격언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를 생각해본다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라톤을 준비하며 상대적으로 헬스를 자주 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아 꾸준히 할 운동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내년에도 2번 이상 마라톤을 나가고 싶다. 그때는 올해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뛸 수 있길. 그리고 2회 참여 마라톤 모두 빗속에서 달렸다는, 100% 우중 마라톤의 확률도 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