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구 시즌도 끝났겠다, 그동안 배구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전시 구경을 다녀왔다. 한동안 전시회에 가지 않아서 요즘에는 어떤 전시가 유명한지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당시 인터파크 티켓에서 전시 예매 랭킹 1위였던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가 괜찮아 보여서 바로 예매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 중인 회화 전시회였고 랭킹 1위인만큼 사람이 많이 몰릴테니 평일로 예약해서 관람했다.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04076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 티켓
tickets.interpark.com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 층
전시기간: 2023.04.20~2023.08.20
전시부문: 회화, 드로잉, 판화, 아카이브 등 270여 점
도슨트안내: 매일 오전 11시, 오후 5시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해외 유수의 미술 기관과 협력하여 세계적 명화를 소개하는 ‘해외소장품 걸작전’의 일환으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이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일상과 정서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낸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예술성을 지닌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미술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영국 『가디언』지는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예술가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한다. 고립, 단절, 소외의 정서가 만연한 오늘날에 1900년대 초 미국 작가인 호퍼가 재조명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의 내면의 삶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호퍼의 말처럼, 과묵했던 그에게 그림은 세상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작가만의 화법이다. 그의 시선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흘려버리는” 평범한 것에 머물고, 대상과 공간을 세심히 관찰하여 포착된 현실은 호퍼 특유의 빛과 그림자, 대담한 구도 그리고 시공간의 재구성 등을 통해 자기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호퍼의 그림은 풍경 너머 내면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다. 그것이 창문 너머 누군가의 뒷모습뿐만 아니라 마천루와 대비되는 낮은 건물의 지붕, 철로 위를 비추는 석양일지라도 말이다.
- 전시 기획의 글 中
평일 12시에 예매를 해서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12시 전에 도착했는데 웬걸.. 시간에 맞춰서 입장할 수 있었고(조금 일찍 입장하는게 가능할 줄..) 이미 12시로 예매한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었다. 건물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잠깐 대기를 했고, 입장해도 된다는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천천히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 순서에 따라 표 검사를 진행하고, 이후 팔찌를 부여받아야 관람을 할 수 있다. 한개 층이 아닌 3개 층에서 모두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 각 층 모든 입구에서 직원들이 팔찌 검사를 했다.
전시회에 방문하면 도슨트를 챙겨들으려는 편인데, 이번 전시는 예약이 이미 차있어서 신청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듣는 설명이 이해에 많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다. 다행히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어서 3000원을 결제하고 오디오를 빌렸다.
스마트폰 어플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데 에어팟을 안챙겨와서..🤣 오디오 가이드 사용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어플을 설치하기 번거롭다면 오디오로 대여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가이드는 배우 유지태가 녹음을 했고 목소리가 좋은 편이어서 편하게 듣기 좋았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작품 옆에 적혀 있긴 하지만, 관람객이 많을 때는 가려져서 읽기 어렵고 자세한 설명까지 적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왕 전시회를 간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전시회는 작가가 지냈던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를 따라가며 다양한 회화를 남긴 역사를 보여준다. 파리에서는 옛 모습을 간직한 자연 풍경과 건축물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유화로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 학생 때 미술 책에서 봤던 것 같은 <푸른 저녁>이라는 작품도 있었다. 가로 길이가 180cm에 달해 규모가 있는 작품이었고 직접 보니 중간에 광대가 많이 눈에 띄어서 인상적이었다.
파리를 떠나 뉴욕에 돌아온 후에는 선이 강조된 판화 기법 에칭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시 뉴욕은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인구가 급증하고 고층 건물과 전철이 들어선 상태였는데, 이를 에칭 기법의 특징인 강한 대비와 거친 선을 이용함으로써 신비로우면서 차가운 듯한 뉴욕의 풍경을 표현했다.
예전에 취미미술로 어반드로잉(도시, 마을 등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는 작업)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관련된 책을 빌린 후 5쪽 정도 보고 도로 반납한 적이 있었는데..🤣 작가의 에칭 작품을 보고 나니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그릴 대상이야 많으니 취미 삼으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 시작할 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것부터 그려보면 일년 뒤쯤엔 좀 달라져있지 않을까?😅
뉴욕 섹션 이후에는 뉴잉글랜드 일대와 케이프코드에 여행, 거주하며 남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뉴욕과는 다르게 자연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 많고 색감도 더 들어가 있어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한편으론 움직이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삭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뉴욕에서 남긴 작품과 유사한 점이라면 빛과 그림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꾸준하게 빛과 그림자에 주목하면서 그림에 이를 묘사하고 있었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 다니는 길에서도 공간을 비추는 빛의 움직임과 밝기의 변화를 감지한다면 일상의 풍경이 좀 더 풍요로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되어 간다는 느낌입니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사물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당신도 잘 알겠지요.”
마지막 호퍼의 삶과 업 섹션에서는 작가가 남긴 사진, 지도, 서신과 생계를 위해 그렸던 잡지 삽화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다양한 습작들과 스케치가 담긴 장부들을 보면서는 유명한 화가도 저런 많은 시도와 노력을 통해 걸작을 만들어내는데, 내가 너무 요행(노력없이 돈을 벌고 싶다 etc)을 바라는게 아닌가 반성도 하는 시간도 가졌다.
1시간 반짜리 다큐멘터리도 상영하고 있었는데, 영상에 담겨진 인터뷰 영상을 보니 작가는 MC나 카메라를 보지않고 거의 바닥만 보며 답변을 했다. 다소 무례하며 말수가 적고 의도적으로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했다는 관계자들의 후기를 보고나니 앞에서 본 그림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작품에서 왠지 동적이지 않으면서 차가운 느낌을 받았던 게 다름 아니라 작가의 기질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 기질 덕분에 특유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관찰하여 작품을 얻어냈으니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라고 해야될까.
다큐멘터리가 많이 길어서 후반부만 짧게 봤지만,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어서 재밌게 봤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전체를 봐도 좋을 것 같다.(단점: 자막이 너무 바닥에 붙어있음😅)
관람객이 정말 많긴 했지만 시장통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고 사진 촬영은 1층에서만 가능해서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8월까지 오랜 기간동안 전시회가 진행되니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 출처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전시작품들 - 이치저널(each journal)
www.eachj.co.kr
'일상다반사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험]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제법 많은 볼거리와 힐링 공간 (1) | 2023.06.11 |
---|---|
[체험] 2023 여성마라톤 5km 완주 후기 (1) | 2023.05.08 |
[체험] 국민체력100: 공식적으로 체력 측정하기 / 간코: 골목에서 찾은 카레 맛집 (0) | 2023.02.26 |
[여행] 수원 기행: 수원시립미술관 에르빈 부름 전시/킵댓/달달한 부엌/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221222 현대건설vs한국도로공사) (2) | 2022.12.30 |
[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 홈경기 관람 후기(221216 IBK기업은행전) (3) | 202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