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끝내주게 숨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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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고를 때는 여러 장르 중 SF나 스릴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현실에 없을 법한 일들을 엮은 소설을 읽으며 상상하는 일이 꽤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에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영상으로 스릴러를 보면 깜짝 놀라는 일이 많은데, 글자로 읽게 되면 상상으로 제한할 수 있으니 스릴러를 보고 싶을 때는 소설을 읽곤 한다. 본 포스트에서는 최근에 읽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2권을 간단히 리뷰해보겠다.

 

홍학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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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 YES24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이런 끝을 상상한 적도 없었다.”예측 불가! 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 『홍학의 자리』는 10년 가까이 스릴러 장르에 매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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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해연
출판: 엘릭시르
출간: 2021.07.26

<홍학의 자리>는 10년 가까이 스릴러 장르를 쓴 정해연 작가가 작년 여름에 발매한 작품이다. 읽을만한 장르소설을 찾다가 절대 반전을 알고 읽으면 안된다는 후기가 많길래 반전은 못참지.. 하며 전자도서관을 통해 빌렸다. 빌릴 때 전자도서관에 마련된 5권이 모두 대출 중이어서 예약을 해야했는데, 발매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가 있나보다.

프롤로그는 주인공이 호수에 사체를 유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학교 선생님이고 버려진 사람은 주인공의 제자인데, 둘의 관계는 다름아닌 원조교제였다. 바로 주인공을 개쓰레기로 정의하고 '얘가 죽였네'라고 생각했는데, 프롤로그가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로 끝났다. 프롤로그 2 페이지만으로 뒷 이야기가 매우 궁금해졌다.

소설은 21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챕터가 10쪽 내외로 굉장히 속도감있게 진행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두명의 주인공들과 관련있는 주변 인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얘가 범인이네'라며 예상하며 범인 찾기에 집중했다. 도저히 범인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을 쯤, 반전이 나타나며 앞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이해되기 시작한다.

설정이 다소 자극적이어서 주인공 선생님에게 억지스러운 서사를 주며 동정심을 갖게 할까봐 걱정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선생은 원조교제를 보여준 프롤로그부터 소설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제자에게 몹쓸 짓을 했으며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경찰을 속이고 도피까지 시도한 파렴치한으로 묘사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인성쓰레기로 살 수 있었던 것이 반전요소와 맞물려있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제목이 <홍학의 자리>인 이유는 제자인 다현이 생전 얘기한 홍학의 습성과 관련이 있다. 다현은 자신을 홍학에 대입하며 언젠가는 선생님과 한국을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갈 것을 기대하지만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홍학의 습성을 알게 되면 바로 반전, 스포일러를 알아챌 수 있으니 모르는 상태로 소설을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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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YES24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이 소설 덕분에 여름이 재미있어진다!서울에서 내려온 4차원 백수 강무순, 팔십 세 홍간난 여사, 츤데레 꽃돌이! 트리오가 펼치는 좌충우돌 탐정 놀이!2003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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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연선
출판: 놀
출간: 2016.07.22

동네 작은도서관을 방문해서 대출증을 발급받고 어떤 책이 있는지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사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그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결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번 더 읽겠다는 생각으로 빌렸다. 

첩첩산중 두왕리, 일명 아홉모랑이 마을에 사는 강두용 옹은 막장 드라마를 보던 중 뒷목을 잡고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 그렇게 아홉모랑이 강씨네는 장례를 치르게 되고, 효성 지극한 아들딸들은 시골집에 홀로 남을 팔십 노모가 걱정된다. 남편을 산에 묻고 돌아온 날 호박쌈을 한입 가득 욱여넣는 씩씩한 홍간난 여사 말이다. 아들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결정된 사항은, 홍간난 여사의 손녀이자 집안 최강 백수 강무순을 시골집에 낙오시키는 것이다. (...)

그렇게 강제적으로 시작된 동거 및 유배 생활에 하루 만에 지루해진 무순. (...) 집 안에서 놀거리를 찾다가, 할아버지의 책장에서 15년 전 자신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를 발견한다.

보물지도에 그려진 대로 경산 유씨 종택을 찾아가 보물상자를 파낸 무순. 보물상자와 마주한 순간, 무순을 좀도둑으로 오해한 종갓집 외동아들 ‘꽃돌이’와도 맞닥뜨린다. (...) 무순의 보물상자를 본 꽃돌이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의 누나이자, 15년 전 실종된 경산 유씨 종갓집의 귀한 외동딸 유선희의 물건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전, 당시 최장수 노인의 백수 잔치에 온 마을 사람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온천으로 관광을 떠난다. 그날 밤 관광이 끝나고 돌아온 어른들. 마을이 텅 빈 사이, 네 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당시 사라진 것은 유선희(16)뿐만 아니라, 삼거리 ‘허리 병신’네 둘째 딸 황부영(16), 발랑 까지긴 했어도 평범한 집안 딸이었던 유미숙(18), 목사님 막내딸 조예은(7) 모두 네 명이다. 나이도, 학교도, 출신 성분도 다른 소녀 넷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출처: YES24 출판사 리뷰

이 소설은 가독성이 장난 없다. 작가님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 등 유명한 영화, 드라마를 쓴 이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인데도 대본/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문체가 간결하고 깔끔해 중간에 멈추기가 어렵다. 작가님이 소설을 더 써주면 좋겠다..

또 사건의 내막을 풀어낼 때는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가져가는데,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면 할머니의 구수함과 무순의 유머가 끊이지를 않는다. 할머니와 손녀의 케미뿐만 아니라 손녀와 종갓집 외동아들 창희의 케미도 볼거리이다. 첫 등장부터 미소년이라고 묘사된 창희는 무순을 자주 무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데에 가담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캐릭터들의 독특함과 작가님의 필력이 만나 이야기가 더 재밌어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유쾌하게 읽었지만, 소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 특히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시골 +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어른들의 관심과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작가님은 매력적이면서 미스터리한 이 소설를 통해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잃지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